전자 둘이 쿠퍼쌍을 이뤄 하나의 입자처럼 움직이면 놀라운 효과가 생긴다. 개별 전자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일종의 ‘방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금속의 온도가 임계온도 아래로 내려가면 전자들이 쿠퍼쌍을 이루기 시작한다. 이 때 생기는 쿠퍼쌍들은 똑같은 위상을 가진다. 이는 흡사 시청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모두 한쪽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과도 같다. 이렇게 되면 모든 쿠퍼쌍들이 마치 하나의 덩어리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같은 방향성을 가진 쿠퍼쌍들은 어지간한 장애물을 만나도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 그 결과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진다. 비슷한 예를 우리는 교통이 혼잡한 교차로, 예를 들면, 신촌 5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만약 신촌 5거리 일대의 신호등이 갑자기 마비된다면 신촌 5거리는 순식간에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모든 방향으로 진행하려는 차들이 뒤죽박죽으로 한데 뒤엉켜 옴짝달싹도 못하고 경적만 울려댈 것이 분명하다. 모든 차들이 제각각 임의의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상태는 대칭성이 있다. 하늘에서 헬기로 이 광경을 지켜보면 헬기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든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모두 똑같은 모습-방향성 없이 무작위로 뒤엉킨 모습이다. 이 때 교통경찰들이 등장한다. 경찰은 체증을 풀기 위해 5거리에 집중된 차들을 우선 한쪽 방향으로 몰아간다. 만약 모든 차들이 예컨대 이대-홍대 라인으로 늘어서 있으면, 그 앞쪽에 정체가 없는 한, 체증은 사라진다. 헬기에서 바라보면 신촌 5거리는 이전에는 없었던 하나의 방향성이 동서축으로 생겼다. 대칭성이 깨진 것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달리는 차들은 마치 모든 객차가 연결된 기차와도 같다. 이들의 진행을 방해하는 흐름은 어디에도 없다. 쿠퍼쌍이 전기저항을 느끼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이다. 애초에 없던 방향성이 갑자기 생기는 것은 대칭성이 깨진 것과도 같다. 지난 글에서 말했듯이 물리적 계의 위상 변화와 관련된 대칭성을 게이지 대칭성이라고 한다. 초전도체에서는 이 게이지 대칭성이 깨져 있다. 그래서 초전도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